난 어렷을적 이 말이 무슨말인지를 몰랐었다. 어렷을적 부터 깜빡 깜빡 잊어버리는 것이 언제부터 시작됬는지 조차 알수 없을정도로 오래도록 지속 되었기때문에 노인들이 이런 말을 하면 난 속으로 '설마 지금보다 더 나빠지진 않겠지?'라고 위안을 하면 살아왔다. -.-;;
솔직히 위안이 잘 않된다. 집에서 나오면 집문을 잠궜는지 가스는 껐는지 창문은 열어놨는지 단 몇분이면 모두 까먹는데. -.-;;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기억력이 아닐 수 없다. (건망증이 아니라 기억력이 모자른듯.. -.-;;)
이런 어처구니 없는 기억력 덕택에 지하철을 타도 짐을 짐칸 위에 올려놓지 못하고 항상 몸과 붙여있어야 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니 물건을 잊어버리는 경우는 극히 없었지만 (울 작은 누나는 우산 헤아릴수없을만큼 잊어먹었지만 내 기억으로 나는 한 서너개 정도만을 잃어버린거 같다. ^.^;;)
사람들 이름도 기억을 뭐같이 못해서.. 소개팅 나가는건 나에겐 두려움의 대상이다.(여러명이 나오는 미팅은 더 무서운 존재다. -.-;;) 최소한 서너번 이상 이름을 물어봐야 하고 전화번호는 적어주지 않으면 당연히 못외우고 심지어 그 사람과 헤어질때까지 전화번호를 못외우는건 일상이고 몇개월 지나면 그 사람의 이름마져 가물가물하다.-.-;;
이사하기 위해서 복덕방에서 집을 같이 보고 계약을 하고 이사당일에 집을 못찾아 헤맨것도 여러번.. -.-;;
회사 그만두고 일개월 후쯤 놀러 오라 그러면 회사 지리를 다시 물어봐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물론 머리속이 빨리 비워지는것이 나쁜것만 있는것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영화 연극을 두번봐도 재미있게 볼수있다. 히히히 책을 또봐도 새롭고 잊혀진 노래를 들어도 즐겁다.
뭐 이정도 이외에 기억력이 모자른것에 대한 장점이 더 이상은 없는거 같다. -.-;;
보통 잘 못외우는 사람들은 메모하는 습관이라도 있는거 같은데.. 난 메모도 잘 안하고.. -.-;;
아무튼 이런 저런 살아가는게 다 그렇듯 병을 모르면 그냥 그대로 살다 가버리는거 말고 더있겠는가? -.-;;
작년 이맘때쯤 불꽃놀이 할적이지? 카메라 1nRS를 팔기 직전 불꽃놀이를 재미나게 찍을 수 있고 RS의 피날래를 만들어 주려고 이것 저것 주섬 주섬 챙겨 한강 북단으로 가서 삼각대 펼치고 이런 저런 준비를 하는데.. 이상하다.. 뭔가 빠진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필름을 빼먹었던지 렌즈를 빼먹었던지 아무튼 찍을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었다. 당연히 1nRS의 피날래는 그걸로 끝이었다. 어처구니 없는 그 한탄스러움..
왠지 이놈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고 아쉽기도 하고 그 후 고요한 시간을 보내다 다른 주인에게로 넘어간 1nRS.. -.-;;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찹찹한 기억이다.)
그리고 일년후 10월 9일(그저께?) 불꽃은 보는것이 훨씬 좋지만 혼자 보면서 좋아하기엔 조금 면팔리기도 하고 해서 또(?) 카메라를 주섬 주섬 챙긴다.
자전거 라이트 배터리도 충전하고.. 이번엔 최대한 가볍게 하려고 가벼운 악세서리(?)와 중형 한대만 덜렁 배낭에 넣고 들어보니 몸은 무겁고 맘은 가볍다. -.-;;
라이트 시험도 잘 되고 카메라도 이상 없는듯 하고 필름도 챙기고(좀 부족했지만 그래도 적당한 양인듯) 릴리즈같은 소소한 악세서리가 빠지면 않되기때문에 그것도 꼭 챙기고..
무거운 몸과 가벼운 마음을 담고 한강 북단으로 출발..
아~ 무거워서 그런가 위에서 누르는 하중을 궁뎅이가 받춰주기 힘든가? 초반부터 궁뎅이가 욱신 욱신 쑤신다. 흘흘흘
대충 어영 부영 두시간전에 도착해 보니 많은 카메라들이 뽐내기라도 하듯 일렬로 끝이 않보이는 대열을 이루고 있다.
그 사이에 꼽싸리 껴도 되겠으나 자전거도 있고 이것 저것 물건이 있으니 좀 미안스러워 뒤로 물러나 가져간 깔판 하나 깔고 앉아있었는데 이상스럽게 맘이 편하질 않는 느낌...
책을 봐도 도무지 눈에 들어오질 않고 몽상에 잠기려 해도 뭔가 불안한 기색이 사라질줄 모르고 뭘 할까? 음악이나 가져올걸 그랬나? 이유를 알수 없는 불안함과 허전함의 연속
그러기를 한시간정도가 흘러 7시정도가 되었을 무렵 문득 머리속을 스치는 불길한 요소 한가지 -.-;;
삼각대를 설치하고 카메라를 꺼내는 순간
아~!
카메라와 삼각사이에 연결하는 플레이트를 가져오지 않은것이다. 이 그지같은 헤드는 그 플레이트가 없으면 카메라를 삼각대에 붙일수가 없는데
어이 없다.
평상시는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지 않기때문에 플레이트를 카메라에서 빼놓고 다니는 버릇때문인지 그것을 집에 두고 온것이었다.
왜 생각을 못했을까?
오전 내내 여유가 엄청 많았는데 쉬엄 쉬엄 하나 하나 정성들여 짐을 꾸렸건만 이런 핵심적인 부품하나로 무겁게 짊어지고 온 것들이 허당이 되는 순간 -.-;; 어쩔 수 없이 삼각대 위에 조심히 올려놓고 손으로 꽉 잡고 셔터를 누룰수밖에 없었다. 셔터를 누룰적마다 카메라를 너무 꽉 잡았는지 손가락에 쥐가 오기도 하고 경련이 오기도 하고.. 흘흘흘
18 18 된장 꼬추장 간장 죈장.....
그래! 큰 떨림은 없었으니 못 볼 사진은 아니것지? 라고 위안을 삼으로 불꽃의 마무리를 보고 짐을 주섬 주섬 챙기고 뒤 돌아 오는도중 한 중간쯤 왔을까?
뒤에서 펑펑~! 사람들이 모두 내가 진행하는 반대방향을 주시한다. 난 뭔가 하고 뒤를 돌아보니 2차(다른나라) 불꽃놀이가 시작된것이다.
아이구~ 한번에 두 나라가 하면 중간에 몇분 휴식을 거친후 또 한다는 것을 까먹고 냅따 짐을 챙겨 와 버려 이제는 돌아갈 수 없을만큼이 되 버린것이다.
필름도 모두 사용했기때문에 맘놓고 편안하게 가슴 터져라 울려퍼지는 펑펑 거리는 소리와 별보다 많이 보이는 그 것을 봐야 하는데
이미 때는 한참 지난 후~! 사람들이 길을 막아 돌아갈수도 없고 너무 멀어 쬐끄만하게 보이는 것을 보기엔 아쉬움만 커지고..
축 쳐진 어깨에 힘을 한번 불어넣고 '다음주엔 제대로 준비하고 제대로 구경하자!' 다짐 한번 해주고 자전거 패달에 힘을 주며 터벅 터벅 오고 있는데..
우씨~! 자전거 헤드라이트가 꺼지는것이 아닌가! -.-;; 이놈이 전기를 많이 먹어 충전을 좀 오래 했어야 하는데 그것 마져 잊어먹고 있어서 30분정도 빛을 뿜어내다 껌뻑이면서 침묵속으로 달려가 버렸다.
한강 북단은 어두 침침하고 헤드라이트가 없으면 사람들 속을 뚤고 가기가 힘든데.. 흘흘흘 거의 걷는 속도로 천천히 천천히....
불꽃 한방에 기억력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
작년에도 많은 후회(사진품질과는 무관한)를 했었는데 올해 역시 또 그런 허탈함을 안고 집에 오고 만것이다.
그래도 한가지 희망은 있었다. 일요일에 모대학 패션쇼를 한다고 하니 그걸 찍으러 가서 오늘의 이 기분을 말끔히 털어보자~! ^_^ 그러고선 늦은 밤 지인의 작업실에 놀러가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술 한두잔 하고.. 일요일에 어떻게 놀것인가를 얘기하다 내일 있을 패션쇼 시간대를 보기 위해서 그 대학 홈페이지 패션과를 들어가서는 일정을 보니..
이날의 피날래는 바로 이 순간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일정이 일요일이 아니라 토요일 바로 오늘 그렇게 생쑈를 했던 오늘 예전엔 퍼런 날이었는데 이제는 붉은 기운이 감도는 토요일 오늘
물론 둘중 하나를 택하라면 나야 당연히 불꽃을 보러 갔겠지만 토요일인것을 미리 알았다면 다른 대학을 알아볼수도 있었을것인데..
미리 알아본다고 알아본다고 했던것을 잊고 그날 확인한 내 잘못이지만.. 그래도 아쉽다.
뭐 일요일은 다시 일정을 잡아 재미있게 돌아다니면서 놀고 먹고 보고 찍어서 큰 후회는 없으나...
이렇게 사선을 그어버리는 일정변화는 사람을 무척 당혹스럽게 하는거 같다.
예전 TV에서 보면 기억력이 이상한(?) 것도 병이라 하던데.. 이 기회에 병원을 한번 가볼까? 오래도록 방치해서 불치병 됬다고 하면 어쩌지? -.-;;
지금보다 어렷을 적, 지금 그리고 나이를 더 먹었을때 기억력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질 않았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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